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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대왕암에서 간절곶 그리고 당신까지의 역사

경상일보

국립현대미술관에 자료실 담당자로 1981년 입사하였다. 그해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약칭 국전이 막을 내렸던 때라서 많은 작가가 앞으로 어떻게 작품 활동을 펼쳐나갈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나는 1996년 퇴사하기 전까지 15년 동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작가 개개인의 활동을 미술인카드에 기록하는 일을 주로 담당했다. 그중에는 국전의 후신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던 현대미술초대전 작가들도 많이 있었다. 이 후에 사회 변화양상에 따라 대한민국미술대전은 축소되고 작가들은 새로운 활로를 향해 나아갔다.

최근 그 당시에 했던 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곧 개관할 울산시립미술관의 요청으로 ‘울산미술사 기초연구 사업’을 수행 중이다. 울산을 고향으로 둔 출향(出鄕) 작가나 일정 기간 이상 정주(定住)하며 창작 및 교육, 문화 운동을 펼친 미술작가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연구는 여러모로 여유롭지 않다. 정해진 사업 규모 안에서 기초자료 조사부터 작가 선정, 작가와 작고 작가의 유가족 연락처 및 자료 확보,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하고 결과보고서로 엮는 것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사업 중간에는 자문회의와 보고회 등으로 사업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연구를 진행하며 한 작고 작가의 유가족이 제공한 자료를 우편물로 받아 보았다. 생전 작가가 개최한 전시의 팸플릿과 신문기사 스크랩 등이 있었다. 작가 타계 후 40여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큰 애정과 믿음으로 작품과 자료를 보존한 유가족에게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미술을 말하면 고급문화로 받아들여 지기에 자연스레 멋진 건물 안에서 찬란한 조명 아래에 놓인 작품과 그 앞에 서 있는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상 극소수의 작가를 제외하고는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당대에 제대로 된 평가도 받지 못한다. 작가는 좁은 방에서 기름 냄새로 두통을 앓아도 완성된 작품 앞에서 창작의 기쁨이라도 느끼지만, 가족에게는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부분 작가는 사후에 그의 작품과 자료가 빠르게 사라지고 잊히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우리집에 내용을 알 수 없고, 이해도 되지 않는 무언가가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마음이 들겠는가. 당장에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 인고의 세월을 견딘 유가족의 수고와 내가 느낀 감사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를 진행하며 스스로에게 자주 던진 질문이 있다. ‘울산미술사는 어디에 초점을 두고 연구되어야 하는가?’ 물질과 공간으로서의 울산인가, 아니면 학문으로서의 미술사인가. 오랜 시간 이러한 일을 해왔지만, 오늘의 상황에 맞춰 연구를 진행하며 다시 한번 깨닫는 것은 사람의 육체와 정신이 완벽히 나뉠 수 없는 것처럼 이 둘은 분리될 수 없고 비록 잦은 마찰이 일어나도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바라는 것은 이 역사의 안과 밖에 있는 사람 간 연결고리가 더 견고해질 수 있도록 안에 있는 이들의 열린 마음이다. 곧 개관할 울산시립미술관은 울산시민을 위하고 나아가 세계를 위한 미술관이 될 것이다. 울산미술사 서술도 마찬가지로 울산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것과 동시에 국제적 맥락에서 그 특수성을 연구해 미술사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많은 지역미술관이 설립 초창기에 백일해 같은 성장통을 겪는다. 그러나 이 또한 당연한 과정이기에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때가 되면 앞서 언급한 작고 작가의 작품을 울산시립미술관의 전시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벌써 기대된다.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서울아트가이드 편집인

출처 : 경상일보 2021.08.03 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8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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